2015년 7월 23일 목요일

야근은 독이다.

 나는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는데 넌 80시간 언저리잖아. 지금보다 더 일하라는 소린 안할테니까 좀 참고 일해주라
아주 비겁한 말인데, 많은 창업자들과 리더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도 일하니 너도 일해야 하고 그래야 우리가 더 빨리 성공할 것이며 더 많은 것을 이룰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일반적인 조직에서의 일...

우선, 일반적인 상하관계가 있는 조직에서 리더들이 한다는 야근과 아랫것들이 하는 야근은 성격이 틀리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의에 의해서 하느냐 타의에 의해서 하느냐이다. 리더들이 매일 남들보다 열심히 일을 한다해도 그들은 그들 자신의 태스크를 자신이 정하고, 스케쥴 역시 자신이 관리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날에 일을 잠시 접어두고 애인과 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스케쥴 대로 해내지 못했을때 자신에게 관대하다. 왜, 자기가 했으니까 이유따위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아랫것들은 다르다. 우선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태스크 할당받고 동의하지 않은 스케쥴을 강요받는다. 온 스케쥴대로 진행되면 진행되는대로 리더는 태스크의 볼륨이 남들에 비해서 적으니 조정해야 한다며 늘리고,  맞추지 못하면 죄인이 되어,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내어 설명하고 리더가 고개를 끄덕여야 비로소 면죄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하게 리더가 조금 더 오래 일한다고 아랫것들보다 더 고통받는다고 볼 수 있을까.

나의, 혹은 당신의 회사..

아침 10시에 출근한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우리에게 룰따윈 없다. 그래서 남들은 9시에 출근하는데 우리는 10시에 출근하도록 했다. 10시가 되면 하나둘씩 사람들이 온다. 잡담 좀 하다 10시 반쯤 되면 각자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11시 반쯤 되면 밥을 먹으러 간다. 그렇게 오전은 끝이 난다.
오후가 되어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빨리해야겠다는 생각 따윈 없다. 빨리 하든 늦게 하든 퇴근 시간은 밤 11시 이후다. 아직 10시간이나 남았다. 시간은 많다. 그렇게 대충대충 시간은 간다. 아니 소비해야 한다.

문제점

가장 큰 문제점은, 왜 야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동의가 없다. 아침 출근할때부터 그날이 야근이라는 걸 안다. 전쟁을 시작할때 이미 패배할 것 알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만들고 싶은 어플을 만드는 것과, 리더가 다들 피곤하니 이제 집에 갑시다, 할때까지 어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느 쪽이 생산성이 나을까. 후자가 갯수는 더 많을 수는 있겠지만 품질 역시 나을 수 있을까. 아니, 저런 식의 조직이 유지는 될 수 있을까.

그럼 야근은 무조건 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조직'은,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조차 많이 보이는 조직 형태다.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구성원들 대부분은 리더가 분배한 태스크들을 완수해 나간다. 전통적인 산업의 그것에 근거하여, 강한 리더가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가고 지시하는 것이 우월한 조직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괜찮은 리더를 찾으려고 하고, "관리능력"이 있는 자를 고용하려 노력한다. Under the control을 지향한다.

사실, 야근을 생산적인 야근으로 바꾸는, 아니 일 자체를 좀더 생산적으로 바꾸는 단 한가지 방법은 이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구성원들 각자가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프로덕트에 대한 구상도 구성원들 전체가 하고, 계획도 구성원들 전체가 하고, 생산도 구성원들 전체가 한다. 세부 태스크는 모든 구성원이 달려들어 리스트업하고 스케쥴은 구성원들이 각자가 납득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야근은, 스스로가 원해서 해야한다. 당신이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한다고 치자. 당신에게 있어서,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3일 걸리는 조립따위, 하루, 아니 반나절만에 조립하는 건 일도 아니다. 두가지 의미가 있다. 시간도 그만큼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말그대로 "일"이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니까.

급진적인 생각이 아니냐고? 아니 그럼, 프로그래밍 한줄 못 쓰는 리더, 혹은 기획자가 던져주는 스케쥴은 그럼 얼마나 이상적인가? 스타트업에는 괜찮은 능력과 거기에 의욕까지 가진 인재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아웃풋은 리더의 역량, 딱 그만큼 밖에 얻을 수 없다. (물론 당신의 조직에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 있다면, 그들에게 그냥 붙어가라. 그게 답이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야근은 독이고, 일상적인 일은 그냥 "보통"이다. 보통 조직에서 혁신을 얻으려면 조직을 개편하는 방법 밖에 없다. 구성원들에게 독을 퍼먹이며 혁신을 강요하지 말라. 병만 든다.



다음번엔 스크럼에 대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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