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쓰시네요? ㅎㅎ 구수해요!
나는 부산 출신이다. 따라서 당연히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투리를 쓰는 내가 부끄럽다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있어 첫번째 겪은 이문화와의 조우는 군대훈련소였는데 충청도 출신이었던 그는
"아..참내 부산 사투리 듣기 싫어 죽겠네. 충청도는 사투리 안써."
라며 사투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피력했었다. 충청도에 사투리가 있고 없음은 접어두고라도 대체 왜 그가 그런걸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이가 더 먹어가며 다른 지방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꽤 많은 이들이 "사투리"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전 읽은 잡지에 이런 글이 있었다. 완벽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이런 글이었다.
"전세계에 언어는 약 6000개가 존재하며, 따라서 지구에는 6000가지의 문화가 존재한다. 언어에는 필연적으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묻어 있다. 그리고 향후 10년간, 그 언어는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의 역사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이 말에 매우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0년간 일본어를 쓰며 생활하면서, 실제로 일본인들의 성격은 그들의 언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느낀다.
사투리 역시 언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기 고유 지방의 문화, 그 지방 사람들의 특징들이 묻어 있는 것이다. 이것들을 깍아내리고 업신여기는 건 자신과 "다른 것" 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유독, 자신과 다른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많은데, 사투리에 대해서도 "비표준어"라는 딱지를 붙여서 개선시켜 나가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사투리는 한국어 고유의 특징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영어,중국어에도 존재하고, 모르긴 몰라도 스페인어나 이태리어등 다른 언어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일본에도 수많은 사투리가 있다. 특히 관서지방쪽 사투리는 티비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고 내 주위에 있는 관서지방 출신들은 100이면 100 자신들의 사투리로 대화한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약 10년동안, 남들의 사투리에 대해서 놀리거나 불평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 일본이라는 사회에 있어서 다양성의 존중이 그런 면에서 나타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획일화와 다양성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기회에 쓰도록 하겠다)
나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귀담아 듣고, 자신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박수 쳐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투리 스피커인 내가 이런 소릴 해봐야 설득력은 없겠지만, 사투리에 대해서도 좀 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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